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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흡수하는 우주흡혈귀

by 부아도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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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트와일라잇》, 영화 <반헬싱>과 <언더월드>, 뱀파이어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런데 우주에도 뱀파이어 비슷한 게 있다. 

우주의 뱀파이어는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보다 훨씬 더 크고 야만적이다. 

이야기 속 뱀파이어가 몇 모금의 피를 필요로 하는 반면, 우주의 뱀파이어는 1초에 60조 톤 이상의 물질을 먹어버린다. 

물론 간단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하려면 스스로도 큰 별이어야 하고, 그에 걸맞게 흡입할 물질이 많은 커다란 희생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쌍을 하늘에서 찾을 수 있다. 

흡혈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순한 이름의 토끼자리에서 말이다. 

토끼자리에는 서로를 돌고 있는 두 별이 있다. 

바로 쌍성 SS 레포리스ss Leporis, 17 Leporis 다. 

둘 중 하나는 크고 온도가 낮은 별이고, 다른 하나는 작고 뜨거운 별인데, 지금까지 작은 별이 큰 별이 원래 갖고 있던 질량의 절반 정도를 흡수해왔다.

별에게서 물질을 강탈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별은 크고 질량이 어마어마하기에 중력으로 자신의 물질을 꼭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별이 별일 수 있으려면 빛을 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에너지는 내부의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면 복사선은 별의 물질들을 밀치고 별의 중심으로부터 밖으로 나가게 된다.

나이가 든 별일수록, 고온의 별일수록 이런 복사압은 더 크다.

그리하여 오래된 별들이 부풀어 올라 점점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별은 너무 많이 부풀어 올라서 중력이 표면층 물질을 붙잡고 있기에 충분치 못하게 된다. 

별이 부풀어 이른바 '로슈 한계' (프랑스의 천문학자 에두아르 알베르 로슈Edouard Albert Roche의 이름을 딴 것)를 넘어서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이때 주변에 우연히 두 번째 별이 있으면, 이 두 번째 별이 자신의 중력으로 로슈 한계를 넘어선 별에서 이탈하는 물질을 자신 쪽으로 끌어오게 된다.

로슈 한계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오랫동안 사람들은 SS 레포리스에서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0년 유럽 남방 천문대의 거대 망원경으로 정확히 살펴본 결과, 이 별에서는 약간 더 복잡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서 큰 별은 매우 부풀어 커진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로슈 한계에까지 이를 정도는 아니다.

자신의 중력으로 충분히 물질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정도인 것이다.

그러나 별들은 그냥 고요하게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별의 표면에서 '플레어'라고 하는 일종의 폭발이 일어나 많은 양의 물질이 우주로 방출된다. 

이렇듯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항성풍'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현상이 SS 레포리스의 커다란 파트너에게서 특히나 강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그리하여 그 곁에 있는 작은 '뱀파이어 별'이 상대벌이 우주로 뱉어내는 물질들을 모두 끌어오고 있다. 

뱀파이어 별은 큰 별이 자발적으로 내주는 물질만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SS 레포리스 별들의 관계는 드라큘라 백작처럼 나쁜 뱀파이어와 그의 희생자들 간의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오늘날 10대들을 위한 현대의 판타지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이 꽃미남 뱀파이어에게 자신의 피를 희사하는 관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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