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하늘의 길잡이
중심을 지키고 있는 붙박이별
북극성이 가장 밝은 별이라는 소리가 여전히 들려오지만, 사실 북극성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아니다.
밝기로 따지면 북극성은 47번째밖에 되지 않는다.
북극성의 명성은 사실 밝기보다는 그 위치에서 연유하며, 그 위치는 지구의 움직임으로 말미암는다.
작은 곰자리 알파성 Alpha Ursae Minoris, 또는 폴라리스 Polaris라고도 불리는 북극성은 지구에서 430광년 떨어져 있다.
망원경으로 북극성을 아주 자세히 관찰하면, 원래 삼중성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육안으로 뚜렷이 볼 수 있는 별은 세 별 중 가장 뜨겁고 커다란 별로, 태양보다 2000배나 밝게 빛나고 있다.
그 곁에 난쟁이 별이 있고, 이 두 별을 세 번째 별이 돌고 있는 형태다.
그러나 북극성을 정말로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하늘에서 그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이다.
지구의 자전축을 연장하여 그 북쪽 끝이 하늘에 이르게 하면, 상당히 정확히 북극성이 있는 지점과 만난다.
(상당히 정확히 북극성이 있는 지점에 닿는다)
이 하늘의 '북극점'을 중심으로 하룻밤동안 모든 별이 도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별들이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자전하기에 모든 별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만 말이다. 북극성만이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는 붙박이별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폴라리스는 나침반 없이 북쪽을 찾을 때 아주 유용하다.
이런 실제적인 중요성은 북극성을 부르는 다양한 옛 이름들에 반영된다.
옛 영국에서는 북극성에 '배의 별 Ship Star'이라는 뜻의 'scipsteorra'라는 이름을 붙였다.
항해자들이 대양 한가운데에서 북극성을 기준으로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북극성은 'lodestar', 즉 길잡이 별이라고도 불린다.
인도에서는 북극성을 '드루바dhruva '라고 불렀는데, '붙박이별' 혹은 '움직이지 않는 별'이라는 뜻이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북극성
북극성이 고정되어 있어 항해할 때 믿을 만한 안내자로 보일지라도, 마냥 북극성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지구의 자전축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달과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중력으로 말미암아 자전축이 가리키는 방향이 달라진다.
자전축은 작은 원형을 그리며 회전하는데, 이를 자전축의 세차운동이라고 한다.
현재는 자전축의 끝이 우연히, '거의' 정확하게 북극성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기원전 4세기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리스의 지리학자 피테아스 Pytheas는 하늘의 북극이 별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묘사했는데, 당시에는 정말 지구의 자전축이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고대 중국의 천문학에서는 우리가 오늘날 '코카브Kocial)'라 부르는 별을 '북극의 두 번째 별'이라는 뜻의 '北二'라고 불렀다.
실제로 2000년 전에서 3000년 전까지 이 별은 현재의 북극성보다 하늘의 북극에 더 가까웠다.
인류는 그보다 더 이른 시대에는 '투반'이라는 별자리 알파성)을 북극성으로 활용했다.
용자리의 이 커다란 별은 기원전 3942년에서 기원전 1793년까지 하늘의 북극점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었고, 오늘날 북극성보다 더 가까웠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헤라클레스자리 타우성 Tau Herulis이나 베가가 북극성 역할을 했다.
이 별들은 언젠가 다시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2세기까지는 아직 자전축의 방향이 현재의 북극성에 근접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제 슬슬 케페우스자리 감마 Gamma Cephei이나 알테라 민(케페우스자리 알파성)이 그런 역할을 넘겨받을 것이다.
그런 다음 1만 2000년 정도 지나면 다시 베가 차례가 될 것이다.
자전축의 세차운동은 약 2만 5700년 주기로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북극성이 다시금 오늘날과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기까지는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이렇게 운동할 거라는 건 굉장히 믿을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지구에서 하늘의 북극점을 올려다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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