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자리 61 우주관의 전복
우주를 감싸고 있던 유리 껍데기 19세기 초반 우주에 대한 해묵은 수수께끼 하나를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의 중심에 백조자리 61 이 있었다.
백조자리 61 은 백조자리에 있는 쌍성으로, 우리의 태양보다 조금 작고, 조금 오래된 별이다.
18세기 인류는 이 별이 태양에서 그리 멀지 않을 거라 추측했다.
당시는별이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우주는 얼마나 큰지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별에 이르는 거리는 쉽게 알 수 없었다.
기원전 6세기 '아낙시만드로스' 와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 그리고 이후 '피타고라스'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은 별들이 유리 천구 비스름한 것에 고정되어 우주의 중심인 지구를 돌고 있을 것이며 이 천구가 우주의경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추측에 따르면 우주는 상당히 작은 공간일 터였다.
그러나 이후 16세기에 밝혀진 사실들이 그런 유리 껍데기는 존재할 수 없으며, 별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멀리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조르다노 '브루노' 같은 학자들은 하늘에 보이는 빛의 점들이 우리의 태양과 비슷한 천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이 빛의 점으로만 보이는 것은 단지 멀리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일리가 있는 얘기였지만 그 누구도 별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하여 이 생각을 증명해줄 증거를 마련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한 가지 방법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방법을 이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광활한 우주로의 첫걸음
17세기에 드디어 태양중심설, 지동설이 받아들여졌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케플러의 저작들은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설명해주었다.
지동설이 맞다면, 지구가 공전하는 1년 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별들을보게 될 것이고 동시에 그 별들이 위치를 바꾸는 것처럼 보이게 될터였다.
이런 현상을 '시차Parallax'라 하고, 이 현상을 이용해 별에 이르는 거리를 가늠하는 방법을 '시차법'이라고 한다.
시차 현상은 손가락을가지고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한쪽 팔을 뻗고 엄지를 들고는 한 번 은 왼 눈으로, 한 번은 오른 눈으로 번갈아 바라보라.
두 눈이 약간떨어져 있기 때문에, 왼 눈에서 오른 눈으로 바꾸어 뜰 때 엄지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배경 앞에서 엄지가 이리저리 뜀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연중 다른 계절에, 즉 지구가 태양계에서 다른 위치에 있을 때 별들을 관측하면 별들 역시 이렇게 왔다 갔다 할 것이다.
가까운 별일 수록 움직이는 폭이 클 것이다.
그러므로 시차 현상을 통해 별까지가는 거리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 학자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관측에서 어찌 된 일인지 별의 이러한 위치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이런 관측 결과를 두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얼마 안 가다른 가설이 제기되었다.
별들이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별들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멀리 있기 때문이라는 것 말이다.
별들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위치 변화는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조자리 61 은 밝고 관측이 수월해 이와 관련한 연구를 하기에 알맞은 천체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도 이렇다 할 관측 결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1812년 독일의 천문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베셀' 이 처음으로 시차 측정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뒤 1837년과 1838년에 베셀이 개선된 망원경으로 이연구를 되풀이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백조리 61의시차를 명확하게 관측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거리를 계산할 수 있었다.
베셀이 계산한 거리는 9.25광년이었다.
이것은 오늘날 알려진 수치인 11.4 광년에 근접한다.
백조자리 61 보다 지구에 더 가까운 별은 열두 개뿐이다.
대다수의별은 이보다 훨씬 더 멀다.
베셀은 시차 측정을 통해 진짜 우주는 고대에 상상했던 유리 천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물론 우주의 실제 규모는 베셀도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베셀이 상상을 초월하는 광활한 우주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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