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름을 돈 주고 산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팔아먹는 회사들'프라이슈테터의 별'은 없다.
하늘의 모든 별 중 '프라이슈테터'라는이름을 단 별은 현재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별로 아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 이름을 하늘에 남기는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별에 내 이름을 다는 것은 인터넷에서 많은 회사들이 홍보하는 것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몇몇 회사들은 고객들이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적절한 별을 선택하게 하여 원하는 이름으로 별 이름을 지어주고, 목록에등재시킨 뒤 증서를 보내준다.
그리하여 고객은 자신의 이름이나, 혹은 선물하고 싶은 이의 이름으로 별 이름을 지을 수 있다.
지불 금액에 따라 이름 지을 수 있는 별이 달라지는데, 금액이 높을수록 더 밝은 별에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
그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별 이름을 짓고 나면 그 이름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별 이름 목록' 또는 '국제항성 목록'에 등재된다.
이로써 고객들은 꽤 공식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증서를 받게 되며, 우주의 별 하나가 이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
게 된 것을 기뻐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기쁜 것은 이런 증서를 파는 회사 쪽이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상품을 팔아먹는 형국이니 말이다.
사실 별은 아무에게도 속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별 이름을 판매할 권리가 없다.
아니, 거꾸로 보자면, 모든 사람이 별 이름을 지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공식적'이라고 여기는 별 이름은 학계가 협의한,구속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명칭들뿐이다.
그리고 고대와 중세 아랍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된 이름을 부여받은 200~300개의 별을 제외
하면, 주로 숫자와 철자의 조합으로 된 명칭을 달고 있다.
학자들로서는 별에 시적인 이름을 지어주는 것보다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별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국제천문연맹은 2016년에 비로소 별 명명 전담 분과를 따로 마련했다.
이 분과의 설립 목적은 별 이름을 표준화하고, 필요한 경우 새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숫자나 철자로 된 명칭 외에 지금까지 카탈로그를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름은 330개 정
도이고, 그중 사람 이름을 딴 것은 여섯 개에 불과하다.
스페인의 작가 세르반테스와 유명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을 딴 별이 있고, 천문학자 에드워드 에머슨 바너드Edward Emerson Barnard의 이름을딴 '바너드별'이 있다.
사냥개자리의 알파성 코르 카롤리 Car Caroli'는찰스의 심장'이라는 뜻으로 영국 왕 찰스 2세의 이름을 땄다.
돌고래자리의 알파성과 베타성은 1814년부터 '수알로신sualocin'과 '로타네브Rotaney'라 불리고 있는데,
이것은 이탈리아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베나토르Nicolaus Venator 의 이름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불리게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별들은 이미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사람 이름을 따서 불렀고 그 이름이 굳어져서 IAU의 공식 카탈로그에 수록되었다.
이 밖에 사람 이름을 따서 불리는 몇몇 다른 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이름은 천체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인'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들이다.
가령 카탈로그상의 공식 명칭이 'KIC 8462852'인 별은(천문학자 타베타 보야잔의 이름을 따서)
'태비의 별Tabby's Star'이라 불린다.
이별은 2015년에 주목을 받았다.
별의 광도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며 이상한 변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혹시 외계 생명체가 세운 대형 구조물이 아닌가 하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태비의 별'과 같은 이름도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다 보면 공식적인 이름으로 굳어져 IAU의 카탈로그에 수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업적 민간 업체가 작성하는 별 목록은 이런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들이 돈을 받고 회사의 데이터뱅크에 등재해주는 이름은 아무런 공신력이 없으며, 같은 별에 여러 사람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공신력이 없는 '별 명명'에 돈을 쓰는 대신, 그냥 예로부터인류가 해오던 대로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저건 누구 별'이야." 하며 이름을 정해도 보고, 이야기도 상상해보는 것 말이다.
그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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