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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하늘, 이름 없는 별자리

by 부아도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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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펌프자리 알파성 Alpha Antliac 은 사실 특이할 만한 것이 그다지 없다.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다른 무수한 별들과 별다를 게 없다.

이 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아마 이름일 것이다. 그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공기펌프자리 Antlia'의 가장 밝은 별이다.

'Antlia'는 펌프를 뜻하는 그리스어인데, 지금은 공기펌프자리의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누가 별자리에 이런 이상한 이름을 붙여줄 생각을 한 걸까?

이 별자리에 공기펌프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Nicolas Louis de Lacaille였다. 

1750년 그는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으로 탐험을 떠났다. 

다른 행성들이 지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측정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어떤 행성을 지구상의 다른 지역에서 관측하면, 

즉 서로 다른 방향에서 우주를 올려다보면 행성의 위치가 약간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위치 변화로부터 그 행성에 이르는 거리를 계산할 수 있으며 관측지점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유럽의 동료들이 관측 데이터를 기록하는 동안 라카유는 남반구로 길을 나섰다. 

그리고 거기에 천문대를 세우고 행성뿐 아니라, 약 1만개의 별을 관측했다. 

그러고는 이 데이터를 기초로 남반구의 성도를 제작하고, 그곳에 기존에 알려진 별자리를 기입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기입되지 않은 별자리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문학, 예술, 철학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학문도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천문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중해 지역에서는 남반구에서 보이는 별들을 관측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남반구에서 보이는 별들은 기존의 성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런 별들을 날개 달린 페가수스나 카시오페이아 같은 여왕에 빗대는 이야기도 지어낼 수 없었다. 

물론 남반구 주민들이 별과 연결 지어 지어낸 이야기들이 있기는 했지만, 17, 18세기 유럽의 탐험가와 연구자들은 그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쨌든 라카유는 남반구 하늘의 커다란 영역에 아직 별자리가 없는 실정임을 깨닫고는 지체 없이 몇몇 별자리를 고안했다. 

이때 라카유는 계몽 시대를 기념하여 대부분의 별자리에 학술 도구 이름을 붙였고, 

20세기에 별자리를 공식적으로 재정리할 때 그가 지은 이름들이 받아들여졌다. 

그리하여 공기펌프(당시 공기펌프는 연구에 쓰이던 도구로, 요즘처럼 바람 빠진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 용도가 아니었다)자리뿐만 아니라 나침반자리, 망원경자리, 콤파스자리도 있고, 시계자리, 조각칼자리, 이자리, 육분의자리, 팔분의자리, 직각자자리, 현미경자리, 화로자리도 생겼다.

도구함이 된 하늘

이 도구들은 북반구 별자리의 영웅과 신들, 다른 신화적 존재들의 낭만성을 약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에는 직각자와 시계, 한편에는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바다의 고래 괴물(고래자리)과 싸우는 페르세우스라니!
이 모든 낭만적 별자리는 북반구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기펌프자리와 화로자리에 대해서는 무슨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라카유도 옳았다.

학술 도구는 활용되지 않고 구석에 놓여 있으면 단조롭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이것들 덕분에, 그리고 이것들과 함께 우주에 대해 알아낸 것은 그 어떤 신화보다 더 흥미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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