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이 행성보다 크다면
2010년 11월 6일 항성 NOMAD1 0856-0015072는 잠시 어두워졌다.
불과 몇 초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면 아무도 몰랐을 사건이다.
이 별은 육안으로는 분간이 되지 않고, 망원경으로 보아도 수많은 광점들 사이에 있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한 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6일 이전에는 아무도 이 별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 천문학자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망원경을 그 별 쪽으로 향했다.
그 별이 매력적인 태양계의 논란거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2005년 1월 5일 미국의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Michael E. Brown, 채드윅 트루히요 Chadwick A. Trujillo, 데이비드 라비노비츠David L.Rabinowitz 는 우리 태양계의 먼 외곽 지역에서 한 소행성을 발견했다.
오늘날 '에리스Eris'라고 불리는 해왕성의 궤도 바깥에 위치한 소행성이다.
에리스는 지구보다 태양에서 100배는 더 멀리 떨어져 태양을 돌고 있다.
그 부근에서는 이전에도 이미 몇몇 소행성을 발견했었지만, 에리스는 좀 특별했다.
첫 데이터에 따르면 이 소행성이 당시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명왕성보다 더 컸던것이다.
마이클 브라운, 트루히요, 라비노비츠가 새 행성을 발견한 것이었을까?
마이클 브라운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렇지는 않았다.
에리스는, 정확히 소행성이 많고, 소행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구역에서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소행성처럼 움직였고, 소행성처럼 행동했다.
다만 아주 크기가 클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런 크기가 격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에리스가 소행성인데 명왕성보다 크다면, 명왕성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명왕성도 소행성일까? 아니면 에리스를 행성으로 분류해야 할까?
명왕성의 행성 지위 박탈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그렇지 않아도 오래전부터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터였다. 에리스처럼 명왕성도 소행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구역에 있었고, 소행성들처럼 움직였다.
게다가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보다 훨씬 작았다.
명왕성이 행성으로 분류된 것은 1930년 그가 발견되었을 당시 데이터가 빈약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잘 알게 된 마당에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2006년 마침내 격한 토론을 거쳐 명왕성은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이제부터는 에리스와 마찬가지로 다른 많은 소행성과 더불어 태양 주변을 도는 커다란 소행성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소한 다른 소행성들에 비해 명왕성과 에리스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감안하여,
'난쟁이 행성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태양계의 꽤 커다란 소행성들을 이 그룹에 집어넣었다.
이런 새로운 상황은 천문학계에서 공인되었고, 소수의 사람들만이계속해서 명왕성의 복권을 요구했다.
그리고 2010년 11월 6일 망원경을 NOMAD1 쪽으로 향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논지를 얻게 되었다.
이날 NOMAD1이 잠시 어두워진 것은 에리스 때문이었다.
에리스가 지구에서 볼 때 정확히 NOMAD1 앞을 지나갔던 것이다.
먼천체의 그림자는 가는 띠 안에서 움직였고, 칠레의 세 천문대가 이런 드문 '엄폐Occultation'를 관측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이 사건에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에리스의 정확한 지름을 계산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 에리스의 지름은 2326 킬로미터로 지름이2374킬로미터인 명왕성보다 약간 작았다.
행성에서 소행성으로 격하된 명왕성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러나 명왕성은 이를 통해서도 이전의 지위를 되찾을 수는 없을전망이다.
결국 크기뿐 아니라 그 천체가 위치한 주변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명왕성은 크긴 하지만 많은 소행성 무리 가운데 있는큰 소행성일 따름인 것이다.
명왕성은 태양계를 대표하는 천체로 등극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것은 부정적인 일이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그곳의 소행성들도 행성들만큼 열심히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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