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사실 쌍성을 이루고 있다?
네메시스가 공룡 멸종을 불러왔으며,
"이런 죽음의 별이 다시 지구에대량 멸종을 초래하는 건 시간문제다."
1984년 천문학자 마크 데이비스Marc Davis, 피에트 헛Piet Hut, 리처드 뮬러 Richard Muller는 이런 드라마틱한 주장을 했다. 6500만 년 전에 공룡 대멸종을 불러왔던 소행성 충돌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 전 지구적 재앙은 평균2600만 년에 한 번씩 일어나며,
그것의 유발자는 아마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태양의 동반성 네메시스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것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이론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 와 잭 셉코스키 Jack Sepkoski는수억 년 전의 화석을 연구한 뒤 대량 멸종이 약 2600만 년 간격으로 나타나는 듯하다고 발표했다.
뮬러와 지질학자 월터 앨버레즈LuisWalter Alvarez 역시 지구의 충돌 분화구의 연대 측정에서 비슷한 주기를 발견했다.
어떤 이유로 지구가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소행성이나혜성과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하여 이런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네메시스가 지목되었던 것이다.
주기적인 충돌의 메커니즘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구와 작은 천체의 충돌은 우연적인 사건으로 이렇다 할 패턴을 따를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태양이 쌍성 중 하나라면 어떨까? 물러는 그렇게 물었다.
이런 생각은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주의 별 대부분이 혼자 존재하지 않고,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별과 짝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독한 태양은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다.
그러므로 태양에게도 짝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별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굉장히 긴 시간을 두고 태양과 공전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때때로 '오르트구름' 근처까지 갈 수도 있다.
오르트구름은 지구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먼 태양계 외곽 지역에서 둥근 껍질처럼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무수한 암석과 얼음 덩어리의 집합을 말한다.
오르트 구름을 이루는 작은 천체들은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사용되고 남은 '건축 자재들로,
보통은 우리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자신들의 자리에 그대로 있고,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의 동반성이 오르트 구름 근처를 지나가며 자신의 중력으로 그 구름을 휘저어놓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만약 태양의 동반성이 그런 일을 한다면,
소천체 몇 개는 자신의 궤도를 벗어나 태양계 내부로 들어와 지구에 접근할 수 있고,
그 결과 원래보다 더 많은 소행성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네메시스가 태양을 돌다가 오르트구름에 근접할 때마다 일어날 것이다.
네메시스
그래서 네메시스는 어디 있는가?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가 네메시스를 관측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별은 빛나지 않는가.
게다가 태양의 동반성이라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텐데,
아직까지 이렇게 눈에 띄지 않고 숨어 있을 수가 있을까?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별의 거리를 규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무엇보다 굉장히 약한 빛을 내는 작은 별은 찾기도 힘들다.
네메시스가 관측 사진에 이미 여러 번 등장했지만,
무수한 광점 가운데 눈에 잘 띄지 않는 하나의 점으로 나타나 분간하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모든 별의 거리를 계산하는 것은 너무 낭비니까 말이다.
최소한 1980년대까지의 상황은 그러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훨씬 성능 좋은 우주 망원경이 많은 별의 위치와 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말로 네메시스가 있다면, 그동안 분명히 발견되었을 것이다.
물론 운이 없었거나, 네메시스의 빛이 생각보다 훨씬 희미해서 분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네메시스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네메시스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이 주장이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화석표본과 충돌 분화구의 연대를 더 정확히 분석한 결과 2600만 년이라는 주기도 의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네메시스는 가상의 항성으로 입증되었고,
우리의 태양은 동반성 없이 우주를 누비는 외로운 별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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