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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탄생

by 부아도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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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역학적 평형, 그 균형이 깨질 때

모든 별 중 막내 별이 뭐냐고 묻는 건 약간 뭣한 일이다.

별은 지금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은하에서도 매년 몇 개의 별이 탄생한다.

그러나 막 탄생하는 별을 관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2010년 바야흐로 별로 탄생하고 있는 L1448-IRS2E를 관측한 것은 천문학적인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당시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페르세우스 분자 구름을 관측했다.

이것은 상당히 신선하고 희망적인 관측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에서 850광년 떨어져 있는 페르세우스 분자 구름에서는 막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만 맡겨두면 이런 커다란 가스 구름에서는 그다지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정역학적 평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구름은 중력으로 말미암아 중심부로 수축하려는 한편, 구름 속의 가스 원자들은 서로 충돌하여 중력을 거스르는 압력을 행사한다. 그리하여 이 두 힘이 균형을 이룬다.

이런 균형에 변화가 생기고 별이 탄생하기 위해선 다음 두 가지 중 한 가지 일이 일어나야 한다. 

첫 번째는 구름의 중력이 임계치를넘어서, 가스 원자들의 압력이 중력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중심부로 수축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름이 외부로부터 방해를 받는 것이다. 

가령 다른 별이 구름 근처를 지나갈 때, 그 별의 중력으로 말미암아 구름의 물질이 뭉쳐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구름은 중력 수축을 시작한다. 

수축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것인지는 구름이 에너지를 얼마나 빠르게 내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구름이 수축하는 중에 구름의 운동에너지는 열에너지로 변환되어 구름 내부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열기가 바깥으로 방출된다. 

이때 열복사가 가스 덩어리를 뚫고 나갈 수 있는 한, 구름은 그냥 구름으로 남는다. 

구름 중심부의 밀도가 높아지지만, 더 뜨거워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심부의 밀도가 어느 순간 너무 높아지면 열에너지는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이제 중심부의 온도가 높아져서 가스 원자들의 운동이 점점 빨라지고, 

그러다 중력과 복사압 사이에 새로운 균형이 이루어지면, 구름의 붕괴가 끝난다.

최초의 정역학적 핵

이런 방식으로 수천 년 뒤에 생겨나는 것은 굉장히 차갑고,

절대영도보다 불과 몇십 도 높은 정도의 '최초의 정역학적 핵'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진짜 별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상태다.

진짜 별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이 더 수축하고 더 뜨거워져야 한다.

이론적인 모델을 통해 우리는 그런 첫 번째 핵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관측하는 건 쉽지 않다.

이런 과도기적인 핵은 거의 빛을 발하지 않고, 열복사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수백 년에서 수천 년 정도 이어지다가 '원시별', 그리고 진짜 별의 단계를 밟아가게 된다.

그리하여 예일 대학교의 쉐펑 천Xuepeng Chen 팀은 L1448-IRS2E을 만났을 때 굉장히 기뻐했다. 

이 천체는 원시별로 보기에는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가 너무 적었다. 

그러나 L1448-IRS2E의 중심으로부터 높은 속도로 흘러나오는 가스를 관측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은 수축하는 구름의 중심부에 충분히 밀도 높은 핵이 존재하고, 

그 핵이 이미 자신의 자기장을 가지고 있을 때만 일어날 수 있다. 

구름 외부의 물질이 이런 밀도 높은 내부 핵으로 모여들면, 

자기장을 통해 일부는 다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관측한 것은 최초의 정역학적 핵이 틀림없다. 

진짜별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냥 단순한 우주 가스 구름은 아닌 상태. 

L1448-IRS2E는 별이 되기 위한 첫 단계를 성공적으로 밟았다. 

그러나 아직 먼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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